궁극의 취향!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person doing tricks on cassette tape

입맛 혹은 취향은 각기 ‘다른 것’으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남보다 섬세하다고 인정받는 입맛 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취향이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취향의 문제라고 해서 그냥 다 제각각은 아니라는 거죠. 바로 음악이 그렇습니다. 분명히 성숙한 취향, 인정받는 입맛이 있습니다.

–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p.185
세 번째 모임!

건축, 음식-건축에 이어, 시즌 세 번째 모임은 ‘음악’을 다룹니다. 정확히는 음악이라기 보다 ‘우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을 다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 책이 참 좋습니다. 특히 목차가 너무 좋아서, ‘음악’을 ‘미술’로 치환해 책을 한 권 쓰고 싶을 지경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왜 ‘분석’이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과 (144쪽) ‘형식’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159쪽) 입니다. ‘취향’에 대한 부분도 그랬고요 (185쪽).

무엇보다, 우리가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실상은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짚으며 시작하는 서론도 참 좋았습니다.

  •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소장 정경영 소개 페이지 > 링크 <

몬테베르디를 비롯한 17세기초 성악음악작곡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있으며, 더 나아가 이 시기의 음악, 가사, 춤의 상호관계를 살펴 그것이 어떻게 서양음악사에서 근대성 정초와 관련있는지를 주로 살핀다. 이 밖에도 철학적 해석학(philosophical hermeneutics)를 바탕으로 음악사 서술의 문제(historiography)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연주 관행(performing practice) 역시 주요 관심사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관심 외에도 현대의 달라진 음악적 환경과 미디어, 사회적 문맥이 어떻게 인간에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소리, 소리환경, 소리가 만들어 내는 주체성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학문적 활동 외에도 음악회 해설, 방송, 강연을 통해 음악과 그 감동을 말로 ‘번역’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음악, 더 나아가 ‘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때로는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나요? ‘아무런 소리가 없을 때 나는 소리’ 혹은 ‘모두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은 침묵의 순간에 들리는 소리’같은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나요?

각자 읽고 함께 모인 오늘의 책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은 단지 ‘규칙적인 음의 배열’로서의 음악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합니다.

[The Rest Is Noise] 저자 Alex Ross의 강연 영상
오늘 우리는
  • 지난 한 달 간의 근황 업데이트에서 시작해봅니다. 평소와 목소리를 좀 달리 해봐도 좋을 것 같고요. (조용히 말해본다던지, 목소리 톤이나 말투를 바꿔봐도 좋겠어요.)
  • 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 음악, 소리에 대한 내 생각,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의 인식 등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시다.
  • 생각할 거리를 공유하고, 독서 노트를 읽으며 토론합시다.
생각할 거리
  • 내가 좋아하는 소리, 내가 싫어하는 소리는?
  • 나의 음악, 소리 취향을 설명할 수 있을까?
  • 나만의 음악 환경, 소리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이 있다면?
독서 노트

세상에는 수많은 음악이 있고 같은 음악도 각자의 방식으로 듣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하면 그 곡만 듣기보다 앨범 전체를 정주행한다. 내 기준에 뮤지션으로 정해진 사람이라면 뜨기 위해 한 곡에 집중하기 보다 앨범 하나에 본인의 생각을 담아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 OOㅇ

내가 원하는 소비, 내가 생각하는 취향이란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핸드드립커피나 ‘도레미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음악’처럼, 대다수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다소 돌아가고 비효율적이더라도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들.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나요?> 장을 읽고, 다시금 그런 감정적인 효용을 주는 것들을 소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옷을 더럽히기 쉬운 일을 하기 때문에, 일할 때는 나를 설레게 하는 예쁘고 비싼 옷은 입지 않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일하기 위해, 내일은 아껴둔 오트밀색 봄티셔츠를 입고 김치를 담가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극단적인가..) 

(중략)

음악을 듣고 삶에 즐거움이 더해진 것처럼, 기능보다 감정을 추구하는 생활은 실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 OOㅇ

공감을 하며 읽었던 부분은 4장에 나온 음악하기의 핵심은 ’관계‘라는 부분이었다. 평소 연주자와 관객만의 관계를 생각했던 나에게, 한번의 공연은 연주자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모든 관계자들의 결실이라는 것이다.

(중략)

사실은 취향이 없었던게 아니라 선호하는 것은 있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더 파고들지 않았기 때문에, 취향이 ‘없다’는 말로 퉁쳤을 것이다. 취향을 발견하는 것도 참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ㅎㅎ 그런의미로 올해는 덜 게을러 지도록 한 번 노력해 봐야지.

– OOO

이 책은 음악사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 예를 들면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는지, 음악의 사투리는 곧 형식으로 고정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틀린 음악이 있는지, 음악의 조명은 언제 꺼졌는지…이 모든 내용들은 모든 장르의 음악, 모든 장르의 예술 분야로 확대 적용해도 무방하리라 여겨진다.

결국은 음악과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와 음악을 완성하는 연주자나 지휘자, 청중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 ㅇOO

이와 함께 누군가의 취향 또는 나의 취향도 겹겹이 쌓인 나이테 같은 고유한 삶의 기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왜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누군가의 취향을 볼 때 취향을 단면이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중략)

시시각각 유행이 변하듯 취향도 변하고 어떠한 법칙과 표준도 당연하지 않고 달라질 수 있다는 거시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 OㅇO

재즈의 맛을 살려주는 ‘블루 노트’를 참 좋아한다. 가지런히 놓인 음계와 부딪히듯 나는 반음 차이의 노트들이 jazzy함의 감칠맛을 잘 살려준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의 물음에 대한 가장 먼저 나올 답변은 블루 노트일 것이다. 검은 건반 대신 누르는 흰 건반, 혹은 7번 프렛 대신 집히는 6번 프렛에서 왠지 모를 반항심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이게 재즈지!

– ㅂOO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도, 또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흥미로운 주제도 많았지만 가장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부분은 4장 <킴벌리는 왜 악보를 music이라고 했을까?> 였다. 리버풀의 사람들이 music을 동사로 사용한다는 이야기와 ‘음악하기’의 핵심은 사건을 경험하며 나를 둘러싼 관계 속에 있다는 것, 음악이란 단순히 악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살아있는 경험이라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 OHO

아무튼 서문에서부터 너무 멋진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음악가란 (중략) 물리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에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그 시간을 나의 것, 즉 주관적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나만의 독특한 날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여러분도 바로 음악가인 셈입니다.”라고 하다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해당되는것이 아닐까요? 저도 열렬하게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악보 보기부터 쉽지 않았지만요. 의외로 들어본 적 있는 음악부터 난생처음 보는 악기 소리까지 읽고 듣고 생각하느라 바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여기가 또다시 유레카 포인트였습니다. 유래를 확실히 밝히기 어려울 수는 있으나 어쨌든 누군가어떤 계기로 특정한 시도를 했다가 그것이 좋은 취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타인의, 대중의 호응에 따라 수용되기도 사라지기도 합니다.

– ㄱ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