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취향!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명품, 名品
명사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이것이 ‘명품’의 정의입니다. 물론 오늘날 통용되는 ‘명품’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사치품이라 할 수 있는 ‘luxury goods’의 번역어로 쓰이기도 하니까요. [윤광준의 생활명품]은 ‘명품’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100여개 물건에 대해 짤막한 소개를 나열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혹은 그것을 선택한 이가 어떤 사람인지) 넌지시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 ‘생활명품’이라는 말은 꽤 영향력 있는 신조어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생활명품 선정 대회를 열기도 하니까요. 링크)

“궁극의 취향!” 첫 모임을 위해,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은 적합한 책일까요? 역시나 애매모호한 이 ‘취향’이라는 단어를 논할 때,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물건’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건 꽤 손쉬운 시작점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패턴으로 이뤄진 존재이고, “저는 취향이 없어서…”라고 하는 사람에게서도 보이는 패턴이 어쩌면 ‘취향’일지 모르니까요.

매번 모임에서 여러분의 독서노트(독후감)를 발췌해서 함께 읽어보곤 하는데, 오늘은 다들 글이 너무나 훌륭해서 발췌한 내용이 무척 깁니다.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될 정도로요. (시간이 부족하다면 스킵해가면서라도 함께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네 달간 함께할 모임의 첫 시간. 오늘 모임은 이렇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 돌아가며, 5분 내외로 자기소개
    • 이름 > 오늘 입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것 중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긴 설명은 나중에) > 하는 일이 무엇인지 > 이 클럽에 왜 가입하게 되었는지 >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 받기
  • 클럽 소개?
  • (시간을 봐서) 지난 한 달간 어떻게 지냈는지
  • 책 전반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 세 가지 질문을 생각해보기
      • 이 책에서 “동의할 수 없는 취향의 물건”은 없었나?
      • “나의 생활명품”은?
      • 물건이 아닌 것에 대한… 나의 취향은?
  • 독서 노트 함께 읽기

“명품의 기준”

어느샌가 무의식 중에 나의 가치관이 마케팅적 사고, 트렌드를 쫓는 사고에 젖어있음을 깨달았다. 마케팅과 업무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만족할까 라는 고민을 때늦은 사춘기 학생처럼 하기 시작했다. ‘궁극의 취향’ 클럽을 택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 OㅇO

“내가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

책을 100페이지 가량 읽으며 나 또한 남에게 소개할만한 제품이 있나 생각해 보았고, 신기하게도 바로 몇가지가 생각이 났다.

…작가의 인적 정보나 뒷배경이 전무한 상태에서 책을 접했는데, 다양한 경험과 폭 넓은 대인관계, 그리고 소개 제품의 가격대 등으로 미루어 보았을때 나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 OㅈO

FYI “[Weekend Interview] 생활명품 저자…취향 전문가 윤광준 사진작가” – 링크

▶▶He is…

1959년 강원 횡성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사진학과 졸업 후 당시 최고 잡지였던 ‘마당’ ‘객석’ 등에서 일했다. ‘생활명품’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주변의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취향전문가이자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심미안 수업’ ‘윤광준의 생활명품’ ‘소리의 황홀’ ‘잘 찍은 사진 한 장’ 등이 히트했다. 망막박리라는 질병 후유증으로 한쪽 눈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여전히 안경테에서 연필, 의자까지 삶을 풍요롭게 해줄 소소한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고 있다.

– 위 기사 마지막 부분 인터뷰이 소개에서 발췌

작가는 ‘남들이 모르는 저만의 호사가 많은 사람이 삶의 풍요를 즐기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작가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이 뭐였더라..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한데 모은 ‘내가 괜찮다고 느낀 그것들‘이 나의 취향이었다.

– OㄱO

책의 저자는 이것저것 많이 사보고 경험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한테 무엇이 좋은 것이 아는 것을 취향이라고 말한다. 나 같은 경우 가성비를 따지고, 될수록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 축에 속하는데 이것도 취향이라면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건을 곧잘 사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자산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 취향을 반영한 차를 산다고 생각해 보자. 그것은 자산적으로 보면 자살행위다.

&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본인이 취향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에 얼마나 돈을 쓸 용의가 있는지?
  • 돈 없이도 만들었거나 만들고 싶은 본인의 취향이 있는지?

<나의 생활명품>

– 딱히 이거다 할 만한 것은 찾기 힘들지만, 오래 쓰는 제품들은 가죽제품들이다. 바로 탠디 가죽 구두와 샘소나이트 가죽 서류가방. 사회 초년생 시절에 처음 산 제품들인데 질이 좋아서 세월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기본적으로 오래 쓸 수 있고 내구성이 좋으며,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이 발하지 않는 제품들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 ㅎOㅎ

저자 윤광준은 생활명품이라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후자에 더 치중한 것으로 느껴져서 처음엔 그가 선택한 물건들에 대해 호기심있게 읽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저자가 생각하기에 안목있는 지인이 추천하여 선택했거나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중년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이 적극 반영된 미군용수통컵 같은 것들은 공감하기엔 어려웠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며 이것들은 윤광준의 선택이니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 나의 생활도 보이겠다는 생각도 들어 자연스럽게 내 주위의 물건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나의 생활명품 01>

르라보 베이19

코 안쪽에 플립이 생기는 병이 있어 냄새를 못맡았던 시기가 제법길어서 플립제거 후 냄새를 맡게된 이후 좋아하는 향에 집착하는 편이다. 책에서도 언급했던 조말론 브랜드의 향도 꽤 오래썼지만, 가장 좋아하고 자주 뿌리는 향수는 베이19라는 향수다. 상탈33이 더 유명한데 너무 유명한 것보다는 나만 뿌릴 것 같은 향이 좋다. 비 온 다음의 이끼향이 느껴지는 우드베이스의 향들을 좋아한다.

<나의 생활명품 02>

아로마티카 바디오일

01번과 마찬가지로 향의 집착에서 찾아낸 브랜드이다. 바디용품이나 샴푸 등의 인공적인 꽃향을 무척 싫어하고, 그게 향수와 섞이는 것이 싫어서 찾아보다가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를 알게됐다. 전 제품이 합성 향료를 배제하고 있고,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브랜드라서 샴푸바도 있고, 바디오일도 유리병에 담아주며 리필도 잘 구축하고 있다.

다른 분들의 생활명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궁금하다.

– ㅇOO

잘 만들어지고 나한테 필요하면서 내 손때 묻은 내 주변 생활 명품에 대해 생각해 보자하니 여러 것들 떠올랐다.

그 중에서 제일 가깝게 자주 마주하는 LAMY 만년필이 떠올랐다.

[나의 생활명품 LAMY 만년필]

내가 고른 이 만년필이 나의 첫 만년필은 아니었다. 같은 브랜드의 좀 더 일반적인 제품으로 하나를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었고, 5년전쯤 해외 여행 진적에 여행 준비를 하면서 비행기에서 입국을 위한 서류를 작성할 때 가방에서 멋진 펜을 하나 꺼내서 쓰면 멋있을거 같다는 (ㅎㅎㅎ) 생각이 들었다.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 계약서에 싸인한테 본인들의 고급스러운 펜으로 사인하는 장면에서 오마주 된것일수도 ㅎㅎ 암튼 그러하여 LAMY 브랜드에서 무게가 좀 더 나가면서 재질도 좀 더 고급스럽고 컬러도 맘에드는 펜을 하나 골랐다.

그래서 여행 내내 펜이 필요할때는 꺼내 쓰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뿌듯함 마져 들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그 후로도 노트할때도 외부에서 사인할때도 종종 쓰고 가방에 넣어다니는 펜이 되었다. 보통 필통은 사무실에서만 두고 쓰니까.

그러던 어느날 이 펜을 잃어버렸다. 물건을 잘 읽어버리지 않는데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가 않는 거다 너무 속상하고 한참을 대체할 펜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한동안은 나의 메인 펜을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리던 어느 생일날 선물로 뭘 받고 싶냐는 질문에 원래 쓰던 같은 펜을 얘기했다. 그래서 같은 모델의 같은 컬러로 반짝반짝 새 펜이 내게 왔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것 같지도 않고 그치만 펜은 필요했으므로 사용하다가 어느날!

계절이 지난 자켓속에서 잃어버렸던 펜을 발견했다. 정말 오랜 소꿉친구를 다시 만난것처럼 반갑고 좋았다. 마음의 평화의 소리가 스며드는거 같은…

그리고 반짝반짝한 새 펜은 다시 박스에 넣어두고 이곳저곳 스크레치가 있고 찍힘이 있는 그 펜을 다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나의 흔적이 묻은 이 펜을 나는 많이 좋아한다. 그 어떤 새 펜보다.

– OㅎO

“소비와 취향, 그리고 세계”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인 소비를 통해서도 사물과 나를 동일시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를테면 착 감기는 핏과 소재의 옷을 찾아서 그 옷을 3년이고 5년이고 10년이고 입을 때, 마치 그 옷은 특정 계절이 오면 내 신체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 어떤 사물은 차가운 성질을 가져서 열이 많은 내 체질을 중화시켜주어 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크기는 작고, 

색상이 부드럽거나 혹은 투명도가 있고, 

외곽선은 부드럽게 떨어지고,

질감은 매끈하고, 

패턴이나 디테일 덕분에 샤프해보이는 힘이 있고, 

기능적으로는 그 용도가 심플하고 명료한

컴팩트 한 디자인.”

이러한 디자인을 내가 선호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지향하는 바와 닮았거나 내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느껴서라고 생각한다.

– OㅇO

“나의 애착잔을 소개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 차리는게 취향’이라는 이 한 문장 만으로도 실눈을 뜨면서 바라봤던 ‘취향’ 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느낄 때 맛있다고(?) 느껴지는 주종은 와인이고,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으로 7년 째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리델의 ‘오(O) 글라스’를 소개하고 싶다.

이 제품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장기출장으로 미국에 가 있던 때 였었고, 3개월 이었기에 살림살이들이 꽤 필요하였다. 물컵을 활용하여 와인을 마시던 차에 자주 가던 상점에서 세일을 해서 그 당시 가격으로 4잔 세트에 $25 정도(기억이 맞다면)로 구입할 수 있었기에 사지않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아이템이었다. 그 이후 집으로 돌아와서도 애착 와인잔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오 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다. 스템과 베이스가 없어 와인잔하면 으레 떠올리는 모습과 달리 컵 부분만 존재하고 있다. 특히나 나와 같이 집에서 자주 반주를 하며 캐주얼하게 마시는 사람에게는 간편하고, 입에 닿는 부분, 손을 대었을 때의 그립감 등이 훌륭하여 고가의 와인잔을 쓸 때 보다 나에게 주는 효용가치는 훨씬 크다. 실제로도 큰맘 먹고 장만한 고가의 와인잔은 꺼내 쓰는게 연례 행사이지만, 이 잔은 매주 사용하고 있어 나에게 있어서는 생활 명품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OㅇO

“물건을 사는 행위는 나란 사람을 형상화 시켜 나가는 행위일지도”

내 물건들을 한 데 모아놓고 보면 누구든지 간에 대략이나마 내가 어떤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대변해 주는 것이다. 물건을 사는 행위는 나란 사람을 형상화 시켜 나가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나의 생활명품을 꼽자면, 이케아의 조화이다.

몇 달 전 이사한 곳의 한 공간에 큰 키의 화분을 놓으면 그 공간이 완성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공간은 해가 들지 않는 곳이어서 생화를 놓으면 높은 확률로 오래 못 살 것 같았다.

식물이 주는 공간 변화의 힘을 알기에 그 공간에 화분 이외의 적당한 대체품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에 이케아 매장에서 생화와 비슷한 조화를 발견했다.

조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인공적인 메마름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책상 옆에 위치한 이 조화는 삭막한 작업 공간을 조금이나마 안락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업 중간중간 눈에 얼핏 걸리는 조화의 녹색은 심미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있다.

생화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 며칠 전 집에 놀러 온 친구의 진짜 화분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면 조화 이상의 역할은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저자가 100개 중에서 몇 개까지 후루룩 쓰고, 몇 개부터 채우기 어려워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저자가 실제로 많이 쓰지는 않지만 브랜드가 그럴듯해서 담은 것은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다. 생활 명품 키워드로 양재중 어란이나 복순도가 막걸리, 발베니 등 음식과 술이 소개된 것도 재밌었다. 나는 몇 개나 무리 없이 채울 수 있을까? 먹을 것까지 껴도 된다면 꽤나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몇 권째 쓰는지 알 수 없는 미도리 노트이다. 나도 예전에는 몰스킨 하드커버를 안 써본 색상이 없을 정도로 여러 권 사용했다. 그러다 어느 날 미도리 노트를 발견하고 이 뽀얀 걸리적거릴 것이 한 점도 없는 깨끗한 노트에 입덕했다. 미도리 노트가 왜 좋은지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노트가 잘 펼쳐지고 펜이 안 비치는 것, 종이의 질이 좋은 노트는 다른 것도 같은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 많을 테지만, 제품에서 느껴지는 인상, 분위기 때문에 결국 길게 쓰게 된다. 실제본을 한 듯한 마감의 습자지 같은 커버, 미색의 노트가 눈에 띄지 않고 차분하다. 미도리 노트는 나의 미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어서 계속 사용한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오피스텔의 붙박이장이나 싱크대에 쓸데없이 연두색, 노란색 같은 포인트 컬러가 들어가 있는데 이게 엄청나게 거슬리지 않나? 기본 흑백의 마감이 잘 갖춰진 집을 찾다가 현재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 왔다. 이런 뉘앙스의 장점이다. 쓰다 보니 알게 됐는데, 나는 물건을 고를 때 미감이 중요한 타입인가 보다.

그 외에도 커피 내리는 Chemex, 디스크 바운드 방식의 노트인데 알루미늄 디스크 마감이 무척 훌륭한 Atoma, 하리오의 스텐레스 전기포트, 제브라 블렌펜, Vastly 갑티슈, Selahatin 치약, 멘디니 라문 아물레또 조명, Miyaco 찻주전자 등 여러 물건이 떠올랐다. 한 2~30개 정도는 적을 수 있을 것 같은데 100개는 정말 압박이다. 저자가 정리하느라 많이 고생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번 추석 휴가 때 갔던 도쿄 여행에서 사지 않고 돌아온 젓가락도 생각났다. 츠타야 가는 길에 우연히 버미큘라 플래그십 스토어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달려갔다. 1층이 버미큘라 제품을 진열해 놓은 스토어였고, 지하에는 버미큘라에서 파는 오니기리, 메인 음식 등이 있었다. 나도 집에 버미큘라 냄비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무조건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줄을 서고 주문했다. 이때 식사와 함께 나온 젓가락이 내가 여태까지 써 본 젓가락과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젓가락의 끝부분 아귀가 이렇게 잘 맞는 젓가락을 여태까지 살면서 써본 적이 없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라 식사를 마치고 1층에 올라가서 젓가락 가격을 확인했는데 2~3만 원대였다. 젓가락 하나에 2~3만 원을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사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사 왔어야 했구나 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서 조만간 도쿄에 다녀와야겠다.

– ㅂOO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는데, 아이템과 내 관심사의 거리감과 저자와 나의 거리감에 따라 재미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점이 또 재밌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을까?   

(이미지 출처: https://www.funshop.co.kr/goods/detail/68512)

나의 생활명품: 어쩌면 평생 쓸 것 같은 연필 뚜껑 ‘DUX 연필 캡’

문구 팝업 매장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어서 시험 삼아 하나만 사 봤다. 금속으로 된 연필 뚜껑이다. 그동안 보아 온 어떤 연필 뚜껑보다 조그마하다. 양쪽 옆구리에 기름한 슬릿이 있어서 연필 굵기보다 살짝 작아 보이는 뚜껑이 연필에 딱 맞게 끼워진다. 연필 뚜껑은 연필심이 부러지지 않게 보호하고, 연필로부터 가방을 보호하는 이중의 보호 기능이 있다. 연필 뚜껑으로는 플라스틱으로 찍어 낸 연필 뚜껑도 있고, 가죽을 꿰매 여민 연필 뚜껑도 있다. 사실 그동안 흔히 자주 쓴 것은 영수증이나 종이쪽을 말아서 대충 쓰는 연필 뚜껑이다. 종이는 임시 방편이라서 금세 사라지고, 플라스틱은 언젠가 깨져서, 가죽은 부피감이 영 손에 익지 않아서 잘 쓰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필 뚜껑은 내내 잘 쓰고 있다. 그래서 찾아봤다. 어느 회사에서 만든 물건인지. 독일에서 1908년부터 연필깎이를 만들어 온 브랜드 DUX의 모기업인 Standard Graph가 만들었다고 하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소매 가격은 1500원이다. 

– ㄱOO

“존중이니까 취향해드릴게요”

이 시점에서 읽은 ‘생활명품’ 시리즈는 사실 잡지 카탈로그를 되풀이해 읽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구하기는 더 어려웠던 시절, 신문에서 이 글을 읽었을 사람을 상상해 본다. 글에서 읽었던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취향에 얼마나 탄복했을까. 하지만 지금 시대에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제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이 모든 제품으로 꾸며진 집에 간다면 어떨까. 그 공간은 그저 세트장이나 모델하우스같이 느껴질 것 같고, 그 사람은 유명한 물건들만 구입하는 약간의 허영심 가득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오히려 자신만의 취향이 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것만 같다.

책을 읽으며, 모르던 몇 개의 흥미로운 브랜드도 알게 되었고 알던 제품들의 소소한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는 있었지만, 과연 ‘좋은 취향’이란 좋다는 것만 모조리 사는 게 아닐 것이라 생각해 본다.

– ㅂOO

“생활을 정돈하고 매만질 여유를 한뼘 갖는 일”

“물건조차 제멋대로 선택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놀랍다. 뭐가 좋고 아름다운지 몰라 생기는 일이다. 제게 좋은 것이 뭔지 아는 것이 취향이다. 취향은 반복적 선택과 실수로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지금 떠오르는 나의 취향.

액세서리. 가방. 옷. 매일 사용하는 소품들… 여러 가지가 생각나지만 올해 의식적으로 만든 취향을 줄글로 옮겨 보고 싶다. 

”차를 마시는 시간“

모닝커피에 익숙해져 차문화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여유’라는 키워드와 이를 실천하는 시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커피와는 다른, 차 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즌비하고 다기를 고르는 시간들. 아침에 일어나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차가 우려지길 기다릴때, 머릿속이 복잡할때 차분히 앉아 차향을 음미할때, 익숙하지 않은 손길로 깨지기 쉬운 다기들을 다듬어갈때.. 인내와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해서인지, 그 고요함을 자주 누리지 못해선지, 더더욱 소중한 취향으로 길러보고픈 마음이다.

이 일상 속의 쉼표를 함께해주는 도구, 

“토림도예 개완”

(이미지 출처: https://www.osulloc.com/kr/ko/shop/item/teawareshop/16575)

섬세한 다기를 조심스레 다루며 온전히 그 시간을 만끽하고자 하는 바램이 담긴 물건. 작년까지 잘 몰랐던 도구이지만, 이 개완을 만들어낸 도예가의 인터뷰와 그에 어우러지는 푸른 도자기잔에 마음이 가 충동구매하고는 석달을 그냥 테이블 위에 전시해두었다.

  • 작가가 손으로 빚을 수 있는 가장 얇은 도자기로 편안함과 휴식을 안겨줍니다. 단순한 형태에서 온 간결함, 차와 도자기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간결하고 꾸밈없는 도자기가 빛을 발한다고 믿습니다. 얇은 다기에서 느껴지는 단단하면서도 간결한 느낌, 따뜻하게 올라오는 차의 온기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