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취향! [패션의 시대]

  • 제목: 패션의 시대
  • 저자: 박세진
  • 출판사: 마티
  • 출간일: 2023년 10월 10일
  • 분량, 무게, 크기: 272쪽 | 230g | 180*180*13mm 
Vestments FALL 2015 READY-TO-WEAR from https://www.vogue.com/fashion-shows/fall-2015-ready-to-wear/vetements/slideshow/collection
Photo: Marcus Tondo / Indigitalimages.com

패션이란 절대적인 미감 같은 걸 찾는 영역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유동적으로 형성되는 합의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이런 모습을 패셔너블하게 여기는 게 세상에서 통용되는 이상 별문제 없다.

박세진, [패션의 시대] 61쪽

[패션의 시대]가 아니라 [시대의 패션]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면 어떨까 하는 책입니다. (물론, 그렇게 했다면 책의 판매고를 보장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패셔너블 2023”
구글 이미지 검색 “fashionable 2023”

이른바 “의식주” 가운데 첫 번째 글자에 해당하는 패션. 아니 과연 “의식주”의 첫 번째 글자와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패션”은 같은 것이긴 한 걸까요?

[패션의 시대]를 쓴 박세진 님에 따르면, “패션”은 더는 그저 “입는 것” 이상의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소비가 그러하듯, 패션은 한 단계 더 추상화된 무언가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난 그저 추위와 더위를 가려주는 무언가를 걸치고 싶을 뿐인데, 이런 것 까지 알고 생각해야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박세진 저자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네, 그것까지 알고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라고요.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과 더불어, 이런 질문들을 서로 던져보고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 각자의 패션에 대해서… 한 번 “평가”를 해볼까요?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지, 옷차림만 가지고 한 번 이야기 해봅시다.
  • 오늘 입고 온 옷에 대해서 한 번 설명해볼까요? “나는 왜 이렇게/이것을 입고 있는가”에 대해서.
  • 패션은 하나의 스테이트먼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건 애초에 피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패션을 즐기는 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일지…!?
독서 노트를 함께 읽어 보아요!

과거 일방적 관계였던 패션업계와 소비자가, 지금은 핑퐁과 같은 상호 관계에 있음을 저자는 알려준다.

그리고 이 핑퐁 관계는 패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결과의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인스타그램, 미투운동, 성소수자 운동, 인종차별운동 등 내가 느낀 지난 10년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가 세상를, 패션을 변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 OㄱO

패션은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팔아야만 생존이 가능한데, 환경적인 문제에선 아무리 재활용이나 신소재가 나와도 안사는 것이 제일 환경에 좋다.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조절하고 앞으로 더더욱 환경문제가 대두된다면 패션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특히 패스트패션은 어떻게 진화하는 것이 옳을까?
개인의 취향이 확대되고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비슷해져도 고스룩, 캠프코어룩, 제트룩, 올드머니룩 등등 그 개인들을 그룹화하고 정의내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케팅을 위한 것일까?
상위문화와 하위문화를 나누는 기준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어하는가?
나는 주로 어떤 패션 아이템을 소비하는가?

– OㄱO

그나저나 메시지가 좋아보여서 한 번 사볼까, 해서 들어간 브랜드 홈페이지엔 티셔츠 하나에 몇십만원 하는 가격이 쓰여 있었다. 이 티셔츠 하나 사려고 며칠 동안의 밥을 굶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현타가 왔다. 그 좋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돈을 써야하는건가? 저렴한 길거리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는 게 오히려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런 걸 보면 패션이란 게 본질적으로 개인적이며 사회적이기도 하고, 경제, 기후, 문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일상 용품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 OㅇO

부끄럽지만 옷을 사며 윤리적 측면을 고려한 적은 없다. 

나는 지인에 비해 윤리적이지 못한걸까? 그리고 내 취향은 허세일까?

허세와 윤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 OㅇO

“‘단절’은 그저 한 문단의 마침표일 뿐”

2015년~22년 이 특별했던 시기는 이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으로 인해 여러 측면에서 패션의 단절된 구간이 되었다. 하이 패션 브랜드들은 다시금 방향 전환을 위해 키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단절’이 그저 한 문단의 마침표일 뿐, 이미 문화의 페이지가 다음 장으로 펼쳐졌다고 말한다. 세대는 차곡차곡 바뀌고 있고 사람들의 눈과 생각은 분명히 이전과 달라졌으므로.

<그저 멋있어 보여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긍정의 방향이 되는 삶의 선순환 구조>

최근 개인적으로 많이 떠올리는 주제이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 ㅂOO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뭘까? 저자는 좋은 패션, 나쁜 패션은 없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책에서 전반적으로 깔고 있지만, 그 부분을 동의하기가 힘들다. 회사에 등산복 바지를 입고 위에는 그 바지와 매치되지 않는 상의를 입고 오는 50대 아저씨들이 있다. 미적으로 용납이 힘든 패션이다. 분명히 옷을 잘 입는 사람과 못 입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 OㅈO

“패션이 가치관이 될지라도”

과잉의 시대에서 단순히 제품의 신규 구매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대는 이제 끝이 난 것 같다. 누가 주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치관을 패션에 담아내고 그 것을 유행으로 만든 것에 사람들은 따라가고 있다. 가치관 표현의 수단으로 변한 패션의 시대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실 이렇게 변화한 패션관에도 나의 패션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다른 방법으로 패션이 추구하고 있는 그런 가치들을 표현하지 않을까.

– OㅅO

“패션이라는 놀라운 세계를 살짝 엿보기”

유튜브에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첫 클립에 ‘구찌라 불리우던 사나이’ ‘구찌의 유니버스’ 같은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중략) 그러니까 이토록 많은 한국의 유튜버들이 구찌의 디자이너가 바뀌는 것에 진지하다는 점에 우선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미 패션이라는 세계는 시대를 관통하는 ‘유니버스’인 걸 이 책이 상당한 깊이로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 ㄱOO

“트렌드를 거스르기 위하여”

십 몇 년 여를 옷을 판매하는 업을 주로 했었기에 시즌 컬러, 시즌 트렌드, 소비자의 변화 등등과 많은 해외 브랜드들의 동향 등등은 항상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였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5년 이후의 많은 사건들이 잘 정리가 되어 근 십년의 패션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에서도 짧게 다뤄졌지만 어느 순간 동료들과 얘기하는 화두 중 하나는 우리가 과연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었다. (중략) 언제나 그래왔듯이 패션은 역시나 계속해서 바뀔 테지만, 그리고 옷을 입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예전만큼 앞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중요성을 갖진 않을 것 같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것의 뒷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고, 내가 소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고 싶어한다. 나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패션 업계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OㅇO
“GUCCI X BALENCIAGA HACKER PROJECT BAGS” from Sotherby’s (link)

책의 전체 흐름 속에서 캐치한 것은 명품은 어떻게 왕좌를 유지하나? 에 대한 대답인데, 무엇이든 목소리가 세고 강한 것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봤다. 명품은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성장한 브랜드 중 어떤 것도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유지해서 남은 브랜드는 없다. (중략) 또 다양성이라는 말 아래에 ‘노멀한 것’이 속할 수 있는 영역이 의외로 없어 보인다. 어떤 문화에도 기대지 않고 평범하고 일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조용한 브랜드는 설 자리가 없다. 이미 시장에 너무 많은 선택지가 나와 있다. 

– OㅅO

“일상의 취향이 아닌, “패션이란 무엇인가””

사실 작년 숏패딩 유행으로 올해 더 짧은 크롭 패딩을 만들어낸 것도, 올 겨울이 예상보다 춥지 않아 패딩 아이템이 유행하지 못해 이를 대체할 다른 아이템을 빠르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다. 그런 트렌드들이 모여 그 해의 유행이 되고, 패션 유통가에 깔려 많이 팔리면 그것이 문화가 되며 어떤 아이템은 가치관을 투영하기도 한다. 그런 면을 보면 ‘패션의 시대’는 주류 언론에 등장하지 않지만 압도적인 영향력과 파급력이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패션이 단순히 꾸미기, 여흥을 위한 분야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 트렌드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물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패션의 시대’ 를 읽어내리며 한편으로는 취향에 투영되는 가치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Oㅈ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