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애 작가의 예약제 상영회 <페트리코어 Petrichor>

* 방문 후 3시간이 지나기 전, 무엇이든 남겨보고자 만든 “3시간이 지나기 전에” 카테고리에 속한 글.


방문일시: 2020년 4월 27일 오후 11시 53분 – 12시 21분
장소: 성북로 320번지 “WESS”
작성 소요 시간: 약 90분


WESS에 대해

2014년부터 종종 지인들에게 제안했던 것을 2016년 4월에 블로그에 “컨소시엄”이라는 제목으로 짧게 기록해서 남긴 적이 있다. (👉🏻링크) 대략적 내용은 이렇다. 여러 주체가 하나로 모여 운영비를 공유하고, “1/n으로 나눈 기간 동안 만큼을 나눠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주로 세 글자, 네 글자의 이름을 걸고 있던 공간을 운영 중이던 동료들에게 가볍게, 때로는 사뭇 진지하게 제안해보았지만,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2019년 12월에 문을 연 WESS는, 오래 전 몇몇 동료에게 제안하다 이뤄지지 않았던 바로 그 아이디어가 실현된 곳이다! 👏🏻🎉

WESS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은 공간을 이렇게 소개한다. “Co-operating Platform w/ 11 Curators in Seoul”. 열한 명의 큐레이터가 함께 운영하는 플랫폼.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바로 앞, 벽돌 건물 2층에 자리한 이곳은 문을 열고서 약 6개월 동안 짧은 소개 문구가 지향하는 바에 맞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열 한 명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니, 공간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마 올해 말까지 꽉 차있을 것이다.)

WESS 입구 (동영상)

Petrichor

유신애 작가는 작년 이맘 때, 체코 프라하의 Center for Contemporary Art Futura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짧은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오디오 머신으로 개조한 자동차의 대시보드처럼 생긴 스크린 구조물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형태로 설치가 이뤄졌다.

http://futuraprague.com/en/futura/event/398-sinae-yoo-petrichor

WESS에서는 프라하 전시 공간을 시뮬레이션하듯, 대시보드 구조물 마저 상영되는 영상의 일부로 통합해 보여준다.

WESS 설치 전경

상영회를 조직한 (WESS의 멤버인) 송고은 큐레이터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한 내용은 이렇다.

“2019년 부터 유신애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 <페트리코어>는 마른 땅이 비에 젖으며 풍기는 독특한 냄새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작가는 발티모어_Baltimore에서 만난 시인, 작곡가, 프로듀서 등 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영상 속 사운드는 남성성 과잉_hyper masculinized의 문화를 상징하는 자동차 개조, 스포츠하듯 경쟁을 조장하는 대중문화와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페트리코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마치 “대지의 추방자들_wretched  of  the earth”이 한 순간 미지의 세계로 건너가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낸 것 같은 환영을 불러일으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_SGqRdJx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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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월) 부터 4월 28일(수) 3일 간 ✨유신애(@mentears )_Sinae YOO,<페트리코어_Petrichor>(2019)의 소규모 사전예약제 스크리닝이 WESS웨스에서 열립니다. ⠀ ⠀ 신청은 프로필 상단 링크에서💫 ⠀ ⠀ ✨유신애는 대중문화, 광고, 비디오 게임 등의 이미지를 참조해 가상 네트워크에 익숙한 개인의 심리와 이를 현혹시키고 해체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에 주목한다. 주요 전시로는 <What a Silencer Sounds Like>(쿤스트 하우스 랑엔탈_Kunsthaus Langenthal, 랑엔탈, 2017), <페트리코어_Petrichor>(푸추라_Center For Contemporary Art Futura, 프라하, 2019), <No Space Between>(아트 스페이스 보안, 서울, 2018), 이스트 런던 페스티벌_East End Film Festival(런던, 2018), 스위스 아트 어워드_Swiss Art Award(바젤, 2018)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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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4월 27일(월)부터 29일(수)까지 진행되는 이 상영회는 30분 단위로 예약을 한 뒤 관람할 수 있다.
신청 링크 👉🏻 구글 양식

상영회가 이뤄지는 공간 입구에는 작업에 대한 송고은 큐레이터의 짧은 글 “Requiem in the Air 레퀴엠 인 디 에어” 인쇄물과 엽서가 있고, 넓은 벽면에 상영이 이뤄지는 한편 측면에 두 점의 작은 이미지가 걸려 있다. 의도한 바인지 모르겠으나, 12시와 12시 30분 사이의 시간 동안 약 10분 길이의 영상을 두 번에 걸쳐 관람하였다.

자기 통제의 환상”
극단적 자동차 튜닝 문화는 어디에서 온 걸까? 일견 무척 미국적인 현상인 것 같지만, 2016년 광주에서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전시 프로듀서로 일했을 때 참여 작가 조 나미가 진행한 <오토모빌>을 위해 광주 지역의 튜닝 애호가들을 불러모았을 때, 관련 커뮤니티가 꽤 크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놀란 적이 있다.

“더 큰 사운드로 들었으면 좋겠다”
상영 장소인 WESS에서, 작업은 바닥에 놓은 대형 프로젝터와 벽면 바닥에 둔 두 개의 스피커를 활용해 상영했다. 현실 세계의 튜닝 자동차들이 그러한 것처럼, 몸을 진동케 하는 베이스와 강력한 사운드로 작업을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 상영 직후 물어보니, 낮 시간에는 건물 내 다른 세입자들의 사정을 감안하여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 여기서 다시 한 번 추억 소환. 2014년 봄, 일민미술관에서 기획해서 열었던 전시 <토탈리콜> 오프닝을 위해 미술관 3층에서 홍철기 작가가 마음껏 사운드-퍼포먼스를 했을 때 벌어진 일: 미술관 1층 레스토랑의 매니저 분이 3층으로 급히 올라오셨다. 이유는 – 1층 레스토랑의 벽과 바닥에 진동이 느껴진다며, 영업을 위해 오프닝 퍼포먼스의 음향을 조절해줄 수 없는지 급히 문의하기 위해.

“Small Wonders”
이 말은 왜 메모를 했을까. 아마, 뒤이어 남긴 “유일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안”이라는 메모와 관련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자동차 튜닝 문화의 원동력에 대해, 자동차라는 소우주가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 명의의 자동차를 소유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면적으로 따지면 그리 넓지 않은) 자동차 운전석이라고. 극단적으로 자동차를 튜닝해 거대한 베이스-우퍼 머신으로 개조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향한 자동차라는 소우주를 확장해 외부로 발산하려는 걸까? 소형차인 마티즈 뒷좌석과 트렁크 전부를 강력한 베이스음을 낼 수 있는 우퍼를 싣는 공간으로 개조한 (2016년 프로듀싱했던 전시에 참여한) 차량이 생각난다. 운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문이 찌끄러질 정도로 강력한 음향을 (스스로) 듣기 위해 자동차를 이렇게 뒤바꿨다고.

“지휘자”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지휘봉을 든 사람이 있다. 갓처럼 생긴 모자를 쓴 이 지휘자는 누굴까? 등장 인물들의 의상은 작가가 만든 걸까?

“피울 수 없는 담배”
영상에는, ‘피울 수 없는 담배’도 등장한다. 입을 대고 연기를 빨아들여할 쪽도 타들어가고 있고, 그 반대쪽 역시 타들어가고 있는 담배다.

“Paper Planes”
영상을 보면서 어렴풋이 M.I.A.의 “Paper Planes” 뮤직비디오를 떠올렸다. 작업의 내용 때문이라기보다, M.I.A의 뮤직비디오에도 꽤 인상적인 모습으로 여러 자동차가 등장하기 때문인 듯.

선택과 통제의 환상”
상영회를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선택과 통제의 환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것 역시 2015-2016년부터 생각해오던 문제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 메모의 내용이 무슨 말인가 싶거든, 4월 27일(월)부터 29일(수)까지 진행되는 상영회 관람 예약을 해보자. 30분 단위로 예약한 뒤 관람할 수 있다.
신청 링크 👉🏻 구글 양식

WESS 건물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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