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냥,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고은의 노트)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아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위로를 ‘작정’한 예술을 믿지 않지만 예술가가 지녔을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 작업에는 언제나 좋은 감상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 ‘confessional art’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작가로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가 있죠.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 개인전을 가진 키키 스미스(Kiki Smith)나 하이디 부허(Heidi Bucher)도 이에 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의 가장 근원을 되짚어 보면, 앞서 이야기한 자신의 감흥과 염원을 투명하며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3만년의 원시 미술에서부터 고대(기원전 3000년), 중세미술(4c~12c) 그리고 르네상스(13c~16c)를 거처 19세기 근대미술까지 왕정과 종교의 양식에 따라 변화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여러 감각과 상상을 이미지로 풀어내려는 시도였죠. 하지만, 현대미술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술에서 한동안 개인의 감상을 그대로 드러낸 회화는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신, 회화라는 형식 자체와 개념에 주목한 작업들(세잔, 피카소의 입체주의부터 잭슨 폴락과 같은 미국추상회화)이 미술사에 중요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격렬한 파도를 맞은 이후 결국 많은 예술가들은 캔버스 앞에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죠.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표현하는데 그림만큼 솔직하고 예리한 매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긴 역사들에서 오늘 책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가 갖는 위치는 특별합니다. 완전한 folk art 라고 하기에 그녀는 세계적인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끊임없이 당대의 미술계와 교감했으며, 한편으로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 감수성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독특한 그림체를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대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여성화가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이런 그의 존재에 서양의 미술사가와 후배 예술가들은 환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이국적인’ 제3세계 작가로 조명 받는 것을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책에서 역시 이런 지점들을 그녀의 작업에서 세세하게 맥락화 하고 있는 점이, 단지 드라마틱한 서사만을 강조한 여타의 책과는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프리다는 이 책의 해석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해 놀라움을 가질지, 아니면 시큰둥한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봅니다. 

[프리다 칼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여성작가들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젊은 시절

쿠사마 아요이(1929-)

키키 스미스(1954-) 

Hilma af Klint (1862 – 1944)

함께 생각할 질문들
  1. 위로가 되는 예술을 경험해보신적이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었나요? 
  2. 내게 예술(미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혹은…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나요?
  3. 때로는(사실 많은 경우) 작품과 그것을 창작한 개인을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창작자가 뒤늦게서야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하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독서노트들

(…)만약 위로를 받기 위해 감상한다면 이 책에 소개된 작품 들이 세상에서 최고일 겁니다. 라는 말이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한 예술 가의 비극적인 삶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그걸 극복하고 작품을 그려낸 과 정에서 위로를 받는 걸까요, 아니면 작품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위로가 있는 걸까요. 

– ㄱOO

뛰어난 재능, 그 재능을 삶 내내 예술가로서만 활용하는 긍지는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는 아티스트들의 의심할 여지 없는 결정적 요소이다. 하지만 때로는, 예술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명성에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작품이 왜 대단한가 보다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예술가가 겪은 개인적인 투쟁과 승리에 대해 더 매료되고는 한다.

– OㅁO

그녀의 그림은 너무 직설적이기에 처음 보는 사람은 당혹스럽고 기괴하다 생각이 들수도 있을듯하다. 하지만 배경을 알고나면 그녀만큼 자신의 고통을 마주볼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 OOㄱ

큰 역경을 겪고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이라고 남의 상처를 함부로 다 룰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책 초반부에 등장하 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불편했었다. <고 디마스>, <도로시 헤일로 의 자살>이 그랬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면 분명 프리다 칼로의 아픔, 슬픔, 그럼에도 이겨내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 ㅈOO

예술가들이 시대를 앞서가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기 보다는 예술가 들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었고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그 흐름에 맞았던 예술가들이 결국 인정받게 된거라고 생각하는데

흐름에 편승하려는 사람은 결국 언제나 중상위권에 밖에 머물 수 없지만 주관을 가지고 자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확실한 1등이 되거나 확실한 꼴등이 되거나 프리다 칼로는 확실한 1등 아니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 ㅇOO

사실 프리다 칼로의 몇몇 작품들은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섬뜩하다는 감정을 나에게 줬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초현실주의작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이해가지만 오히려 그녀의 인생에 비해 미화되고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남기게 된다.

– ㅂOO

한 시대의 위대한 사람, 영웅 등은 용이 휘몰아친다던가 호랑이가 해를 삼키는 등등 어마어마한 탄생설화나 태몽이 있는 것처럼 한 명의 위대한 화가가 되려면 이런 역경과 어려움이 있어야 하는걸까. 정신적으로도 신 체적으로도 힘겨웠던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는 예술을 통해 자기자신 을 표현하고 치유하고자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냈다.

– ㅇOO

멤버들과 나눠보고 싶은 얘기는 다음과 같다.

1. 프리다칼로는 초현실적인 작품에서 왜 벗어나지 못했을까? 

2. 자신을 배신한 남편과 재회하면서도 미술 작품에서는 감정이 온 전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남편을 진정으로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 일까?

3. 그녀는 미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기 감정의 해소? 자기 감정에 공감을 얻기 위한 발버둥? 현실에서 말하지 못 하는 것에 대한 예술적 표출?

– ㅂOO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고 각자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개개인마다 의 미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으므로. 그러나 저자를 포함 우리 모두 이것은 동의할 것 같다. 프리다 칼로는 그림을 통해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 던 작가라는 것. 그녀가 그토록 많이 남긴 자화상들은 마치 작가의 분신 같다. 그리면서 들여다보는 그 과정들이 그녀로 하여금 고통을 견디게 하고 위로가 되어줬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기에 지금도 그녀의 그림은 감동을 준다. Viva la vida!

– ㅂOO

나는 뭐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상 처를 잘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무지 직설적이다. 그러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직설이 아니다. 너무도 솔직한 절규이자 애 절함, 삶에 대한 숭고한 열정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보는 이에게 위로와 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공감하게 되었다. 그림을 아는 사람들이 왜 프리다 칼로를 천재라고 하는 지도.

– ㅂ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