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냥,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트레바리 책읽기 모임 “미술아냥”의 스무 번째 시즌 세 번째 책, 그러니까 우리 모임의 79번째 책은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입니다.

  • 제목: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 저자: 전영백
  • 출판사: 한길사
  • 출판 연도: 2019
  • 분량, 무게, 크기: 560쪽 | 784g | 140*195*35mm

홍익대학교에서 20년째 강의를 해오면서, 서양미술을 가르칠 때 적절한 텍스트북이 없어서 늘 고민이었어요. 유명한 원서를 번역한 책들은 있었지만, 언어가 번역된다는 것은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내용이 왜곡되고 결여되거든요. 아무리 좋은 번역이라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이차적인 겉도는 지식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즘*의 클라이맥스였던 20세기의 주요 작가와 전시를 균형적으로 다루는 책을 찾기가 어려웠죠. 결국 국어로 강의하기 위해 이 책을 직접 만들게 되었어요.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연결해서, 사건으로서의 전시, 사건으로서의 미술사를 담아냈어요.

홍익대학교 신문 웹사이트의 인터뷰에서 인용 (2019년 9월 27일 게재)

(재용의 노트)

먼저 제 짧은 감상을 공유하자면, 일종의 ‘프레임’을 제시하는 책을 읽을 때 더 큰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 책에서 말하는 “전시”란 무엇인가?
  • “이즘”이란?
  • “현대미술”이란?
  • “결정적 순간”은 어떤 순간을 말하는 걸까?

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들에 대해 간략하게 답할 수만 있더라도, 이 책을 훨씬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면 더 나아갈 지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않았거나 다루지 못한 점, 책이 다루고 있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입니다.

  • “전시”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드는가?
  • “이즘”이 생기는 건 어떻게 해서인가?
  • 누가 “현대미술”을 규정하는가?

와 같은 질문이겠지요. 몇 분의 독서노트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었던, 이런 질문도 좋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의 “이즘”은 무엇일까? (여기서 농담 반 진담 반 코멘트: 지금 미술 영역을 주름잡는 건… 캐피탈-이즘… 일까요?)

(고은의 노트)

며칠전 자료를 찾다가 과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였던 시나 와그스테프의 인상적인 사진을 발견했다. 큐레이터의 결정적인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진인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미술계의 수 많은 순간들을 바라보는 비평가와 큐레이터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냉철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리고 실제는 혼자서는 아무도것 만들지 못한다는 것 말이다. 책은 전시를 통해 엮은 미술의 역사를 풀어낸다. 전시는 작가나 기획자의 만의 것은 아니다. 작품 자체는 온전히 창작자의 것일 수 있지만 전시는 기획자만의 것은 될 수 없다. 전시에서 보여진 많은 이미지들과 태도들은 그 시대와 사회 안에서 파장을 일으킬때 온전히 전시로 작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트레바리 시간들에서 각자 미술을 향유하는 모습과 개별적인 감상들을 바라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시간을 통해 당대 가장 결정적이라고 평가된 미술의 순간들을 살펴 보면서, 지금 서울 미술의 결정적인 순간을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질문 혹은 생각할 거리
  1. 실제 감상했던 미술 전시 감상 중 (개인적으로 혹은 더 넓은 차원에서)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2. 지금의 “이즘”은 무엇일까요…?
  3. 2번 질문과 연계해서, 지금까지 관람한 전시들로부터 어떤 ‘흐름’응 감지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독서 노트 인용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이 책은 20세기 초반부터 현대미술의 다양 한 ‘이즘’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미술사이다. 우연과 필연이 누 적된 사건들로 만들어진 양질전화가 인간사라고 한다면, 미술사 역시 그 와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즘’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다 음 ‘이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넘겨줄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면, 여느 정 치철학의 대결처럼 치열한 이념논쟁과 생존투쟁처럼 느껴진다.

– ㄱOO

이 책은 전시회를 중심으로 쓰여졌다. 가수에게 콘서트장이 있다면 미술은 전시회가 직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장소일 것이다. 야수파라는 명칭 이 등장한 것도 마티스 등을 전면으로 부각시킨 전시 이후에 등장했다. 전시는 책이 출판되듯 세상에 작품을 표출하는 창구다.

– ㄱOO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지금 나에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점들이 그

시대 상황에서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혁신적이라는 게 새삼 놀라웠 다. (잭슨 폴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리고 레디메이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시대적 순서의 맥락으 로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어 명쾌하게는 아니지만 그렇구나.. 정도의 이 해를 하는 수준이 되었다.

– ㄱOO

오히려 20세기 초반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표현주의 관련한 작품들은 신선하고, 명확한 설명은 힘들지만 나의 느낌과 생각이 그 작품으로 들 게하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 이후의 작품들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물론 현대 미술의 과거 100년을 돌아보게 한 이 책이 메말라 있던 나의 미술적 소양에 얕게나마 이바지하였음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백 명의 현대 미술의 작가 이름이 아직까지는 떫은 풋사과처럼 내 입에서 어색하지만, 그래도 몇몇의 작가는 인상깊었다.

– ㄱOO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영향을 받아 고정관념을 탈피한 꼼데가 르송, 마르지엘라가 해체주의 사조의 패션을 선보였고 돌고 돌아 2010 년 중반 베트멍과 자크뮈스에서 새로운 해체주의 패션을 보여주었다. 주류가 비주류가 되고 비주류가 되는 시대에 오늘날 미술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이즘’ism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공감이 된다.

– ㄱOO

책 부제에 낚여 몇 달 전에 샀던 책이다. 부제가 틀린 말은 아닌데 전시를 기획하려는 사람 입장에서 전시를 어떻게 기획했을까 하면서 샀는데. 내년 상반기에 전시를 하려고 하는데 아직 초안도 없다. 언제가 될 지 모 르지만 매년 “공룡”을 주제로 전시를 하려고 하니 그 시작의 의미는 있 겠다. ism을 만들지 잊음을 만들지 모르겠지만.

– OㅅO

현대미술 사조를 시계열 순으로 설명하는 책은 많다. 각 미술사조를 ‘~주의(~ism)’로 정의하면서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언급하는 류의 책들은 깊이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은 좀 달랐다. 책 제목 앞머리에 단서처럼 붙은 ‘전시가 이즘(ism)을 만든다’는 문장이 말하듯 하나의 이즘을 꽃 피게 만든 중추적인 역할을 ‘전시’가 한다고 짚어주며 큰 비중으로 다룬다. 이 책의 남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보통 ‘작가’를 중심으로만 서술하는 이즘을 작가-컬렉터-아트딜러-비평가-전시기획자 등 미술계의 주요 플레이어에게 골고루 자리를 부여해서 서술한다는 것이다. 

(재용: 이후 제시한 두 가지 경우 – 시장 & 전시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 ㅂOO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미술관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보다는 ‘공간’을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고, 전시는 공간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것 같다.

그림을 볼 때면 해석을 찾아보곤 했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 같고, 작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알고싶기도 했다. 현대미술은 설명을 찾아봐도 난해하게 느껴져 멀게만 느껴졌다.

– ㅇㅇㅇ (놀러가기)

“미술의 역사는 추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미술의 역사는 추상적이지 않았고, 실제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이었기에 미술은 그 시대와 사회를 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례가 바로 전시다. 그리고 또 이야기 한다. 미술사는 끊임없는 투쟁과 갈등의 흔적이라고.

– OㅂO

“(-이즘) 은 어쩌면 ‘미술사’ 가 아니라 화가의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가가 그림을 그린 기법으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그림 안에 시대 (사회)에 영향을 받은 작가의 철학과 소신을 담은 그림을 

컬렉터가 발견하여 그들의 그림에 스토리를 입혀 그것을 -이즘으로 총칭했다고 생각하니

‘아! 그래서! 이게!’라는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미적인 형용사의 감탄사가 아니라, 이랬다는 공감의 형용사 와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즘 이 불릴 때부터 컬렉터가 화가들의 마케터 역할을 대신 한 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알리는 전시회를 열어 주고 그들을 묶은 -이즘 이라고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

지금의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미술사가 미술(그림)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던 화가들의 일대기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미술사가 그림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화가의 역사 일 수도…

– OㅇO

“이즘은 결합체, 요즘 미술은?”

현대미술이 복잡하니, 과거로 회귀하여 복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합니다. 인상파 작품이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이유는 우리 인식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꽤 노출되어 온 이미지가 ‘회화 = 미술’ 이라는 잔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예술에 대한 감식안을 따라가고자 하는 것이 대다수 목표일 텐데, 오히려 양손 가득 모래를 가득 움켜쥐려고 하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위가 의미 없다기보다 관련 지식을 안다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 작품을 이해하면 좋은지 방법론이나 틀거리에 익숙해져 작품을 다층적으로 여유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 OO

책의 내용으로 돌아오면 우선 표지에 있는 ‘전시가 이즘 ism을 만든다.’는 말이 저는 아직 잘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전시가 만든 것인지 그 당시 사회 분위기에 당대 화가들이 그 영향으로 하나의 군집을 형성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미술사 전반으로 보자면 ism이라는 것이 이전세대의 영향을 받아 디벨롭 되며 더욱 강화되면서 또 다른 ism을 만들어 한 축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전 세대의 회의, 반항, 반대 의견으로 다른 가닥으로 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관계는 단순히 미술사라는 환경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전쟁이나, 산업의 전환 등 당시의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 상당히 큽니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다다이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 등이 그럴 것입니다.

아직까지 그 당시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은 Ism의 작품의 표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까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큰 틀에서의 느낌은 가닥을 잡을 수 있었습니

– OㅈO

그렇다면 예술 작품은 무엇일까? 예술 작품은 아까 언급된 ‘작가, 비평가, 아트 딜러’들이 ‘예술’이라고 ‘승인’한 것을 말할 것이다. 점점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그 경계가 모호해 졌다는 것은, 예술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며, 동시에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들의 손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러니까, 박서보와 이우환의 ‘점’도,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세모 네모들도 사실은 그들이 본 세상인 셈이다.

– Oㄷ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