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물리치료 3주차 그리고 Quack Watch

커버 이미지featured image는 적색광 치료기의 영롱한 불빛.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다. 치료는 주로 근적외선(NIR)을 쬐고 저주파 자극 치료기로 염증 부위를 마사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은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 집중되어 짧게 진행된다.

“선생님, 통증이 지속적이지는 않은데 무작위한 타이밍에 통증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다리나 발목을 접었다 펼 때도 그렇고요. 무릎같은 경우는 통증도 문제지만 여기랑 연결된 반대편이나 주변 근육으로 보상을 하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게 맞을까요? 그러면 다음 번에는 물리치료보다 도수치료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지난 번 치료 이후 관찰하고 생각한 바를 확인하는 식으로 상담을 한 뒤 물리치료를 받는다.

물리치료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 저주파로 염증 부위를 마사지하고 적외선을 쬐며 누워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리치료 두어 번 받을 비용이면 그냥 장비를 살 수 있지 않나?’

그리하여 검색의 토끼굴에 빠졌다가, 그 바닥에서 발견한 NIR 조사기를 하나 사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지마켓이나 옥션, 네이버 쇼핑 같은 국내 쇼핑 웹사이트를 살펴보다가, 좀 더 검색이 용이한 영어권 웹사이트를 살펴보았고, 결국은 이 모든 제품이 중국 어디선가 OEM으로 제조되겠거니 생각하며 검색 범위를 좁혀보았다. 635nm, 850nm 같은 적외선 파장을 열쇳말 삼았다.

아주 얕은 지식으로 이해하기로는 특정한 근적외선 파장이 피부와 근육 조직의 활성산소ROS 생성을 자극한다는 것이 NIR 요법 혹은 적색광 치료red light therapy의 핵심인 것 같다.

https://pubmed.ncbi.nlm.nih.gov/31170016/
https://www.ksmcb.or.kr/abst/file/2012_08.pdf

한편, 인스타그램 피드 뜬 육아 관련 숏폼 영상을 보다가, “자세한 내용은 캡션을 보세요”라기에 눌러보았더니 하비 다이아몬드Harvey Diamond라는 사람이 쓴 ‘자연 치유’ 서적에 대한 자발적인 홍보글이었다.

사실은 하비 다이아몬드 한 사람이 아닌, 다이아몬드 부부가 쓴 이 책은 제목의 키워드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 뿐 아니라 저자들의 사진마저 수상쩍었다. 그래서, 뭔가 의심스러울 때 종종 해보는 검색어 조합으로 한 번 찾아보았다. “Harvey Diamond Scam”. 그리고 발견한 것 중 하나가 Quack Watch라는 웹사이트였다. 미국은 공적으로 이뤄지는 건강보험 제도가 희박한 탓인지, 건강 챙김 산업의 범위가 참으로… 넓은 듯 하다.

https://quackwatch.org/public_html/wp-content/uploads/sites/33/quackwatch/dietscam/reports/fit_for_life.pdf

병원에 가서 무슨 장비를 쓰는지 살펴보고선 집에서도 그걸 해보겠다고 검색의 토끼굴 바닥까지 다녀오면서 사놓고선 자연치유를 주장하는 유사과학 건강팔이꾼을 의심하는 게 좀 역설적이고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중국 선전Shenzen으로부터의 적색광 치료기의 배송과 세 번째 물리치료,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 저자들에 대한 간단 뒷조사(?)는 같은 날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