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연휴엔 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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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한 달이 넘게 일 주일 간격으로 다니던 정형외과의 도수치료사 선생님이 설 연휴 직전 치료 후 남긴 말이다. 닿기만 해도 비명이 절로 나던 ‘도수치료 숟가락'(정확히는 근막이완도구인 ‘그라스톤’)으로 인한 통각이 거의 사라진 시점, 이제는 다시 한 번 달려볼까 하던 생각을 시작하던 차 급제동을 거는 한 마디였다.

원인과 결과

엑스레이, MRI까지 촬영해 염증 부위를 파악하고 갖가지 요법으로 염증을 제거하면서 점차 확실해진 생각은 이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염증은 증상 혹은 결과일 뿐 원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발목과 이어진 윤활낭에 찬 염증을 제거한다고 해서 살짝 아치가 내려앉은 평발의 아치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종아리 앞의 전경골근과 허벅지의 반건양근 아래를 따라 올라오는 통증을 없앤다고 해서 이 근육들을 무리하게 만든 근본적 원인이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런저런 방법과 진단을 시도할 필요성을 체감하는 가운데, 자이로키네시스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수업이 끝난 뒤 강사님이 다리 근육의 결과 무릎 관절 주변을 따라 짚어주었을 때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며 – 거의 처음 본 것이나 다름 없는 선생님의 손을 꽉 부여잡고 ‘아악! 선생님, 잠시만요…!’를 반복해서 외치고 말았다.

균형 되찾기

뜬금 없지만, 다리를 쩍 벌리고 앉기 싫어서 항상 다리를 오므리고 앉는 편이다. 허벅지 안쪽 근육으로 다리를 당기는 게 아니라, 허벅지의 가쪽 넓은근에 힘을 주어 무릎을 가운데로 모은 채 정강이는 A자로 벌어지는 식으로 앉는다. 이야기 나눈 바에 따르면, 이 자세는 지금 내 하체가 처한 많은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나는 허벅지 안쪽 근육을 길러 다리를 안쪽에서부터 모아주어야 한다. 무릎 안쪽도 마시지를 해서 이완해주어야 하며, 햄스트링 역시 운동으로 강화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권장되는 운동은 관절의 정렬을 잡은 상태에서 앉아 발가락이 발을 끌고 앞으로 나갔다 돌아왔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달리기

3년 반을 쉬지 않고 달린 뒤 갑작스럽게 멈춘지 이제 두어 달 째에 이르는 지금, 섣불리 다시 달리기에 앞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또한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다시 시작할 달리기는 3년 반이 아니라 더 긴 시간 부상 없이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이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