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2025년 아마 여덟번 째 달리기(8/50)

2025년 5월 10일 아침, 리도섬에서.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답사에 나서면서, 최소한의 달리기 용품을 챙겨 왔다. 리도섬에 호텔을 잡고 머물러보는 건 처음이지만, 이곳에서의 달리기는 두 번째다. 몇 년 전 비엔날레를 보러 일행들과 함께 왔을 때 해변을 뛰고서 웃통을 벗고 가부좌를 틀고선 명상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땐 ‘매일’ 달리기를 하던 때였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다. 하지만 매일 달리기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달리기’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지금은 ‘매일’ 그 일을 하고 있지 못한 채 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도상으로 큰 공원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달려가보기로 하고서는 뛰다 걷다를 반복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아주 큰 공동묘지였다. 번듯하게 큰 입구 앞에서 짧게 묵례를 하고서 다시 가볍게 뛰어 호텔까지 돌아오기까지는 30분 가량이 걸렸다. 샤워를 하고, 러닝 쇼츠와 티셔츠를 조물조물 주물로 손빨래를 하고, 명상을 해보려다 한 시간 가량 개운한 잠에 들었다.

매일 달리기를, 그리고 명상을 시작해 1,000일을 넘게 반복하고선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멈춘지도 어느덧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그렇게 매일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대단한 목표나 심각한 고민 없이 그저 잠시나마 몸을 움직여보겠다는 다짐 덕분이었다. 달리기가 주는 가벼움과, 달리며 보는 거리의 풍경이나 나무의 모습들 덕분이기도 했고.

지금, 다시 한 번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더 깊이 생각하거나 부상에 대해 걱정할수록, 시작만 늦어질 뿐이다. 숨이 차면 잠깐 멈춰서서 걸으면 되고, 시간이 없으면 제자리 뛰기를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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