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 밤 베니스에서 돌아온 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신 없는 시간이었다. 목요일엔 아침부터 통역을 했고, 금요일 오후엔 통역, 같은 날 저녁엔 퍼블릭 프로그램 사회, 토요일엔 현장 학습 진행, 일요일엔 다시 통역을 했고, 그 사이 열 두 시간 시차가 나는 도시에서 날 기다리는 에디토리얼 팀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달 송고한 긴 글의 마지막 부분을 다듬었다.
‘정신 없는 시간’이라 썼고, 이렇게 보니 꽤나 바빴던 것 같지만, 어떤 면에선 또 그렇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틈을 만들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쁨’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일요일엔 통역을 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사준다는 사진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뛰면 1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를 함께 뛰어보았다. 대화의 주제는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매일 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주 보잘 것 없는 달리기’를 하면 된다는 답을 던져보았던 것.
한편, 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오늘(월요일) 오후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배우자와 함께 내릴 타이밍을 놓쳐, 홍제천을 따라 1킬로미터 가량을 뛸 기회가 생겼다. 생각보다 다채로운 (보도, 바위, 심지어 징검다리가 있는) 지면 덕분에 즐거웠던 달리기는 아직도 적응 중인 새 동네에 대한 ‘달리기적 접근’을 넓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