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2일, 작가와 연구자를 위한 통역

할 수 있는 한, 매번 통역을 할 때마다 공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짧게라도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서 처음 남겨보는 기록은 2021년의 20-27번째 통역. (통역 횟수를 세는 기준을 ‘계산서 발급’으로 할 지, 통역 대상이 된 주체의 수로 할 지 고민 끝에 후자를 기준 삼기로 했음.)


  • 클라이언트: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MMCA 창동)
  • 과업: 입주작가 및 프로젝트 해시태그, 문화동반자 프로그램 참여 연구자 총 7팀의 작업 및 활동 소개 발표 통역
  • 언어: 한국어, 비영미권 영어 (멕시코, 중국)
  • 일시: 2021년 8월 12일 오전 11시~오후 2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부 행사임에도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인원 수에 제약이 있어, 팀 단위 참여자들은 같은 건물 안에 있는 각자의 레지던시 공간에서 줌으로 접속하여 진행이 이뤄졌다.

발표 순서는 전시 설치로 인해 신안에 가 있는 정소영 작가로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발표를 진행한 문화동반자 프로그램 참여자인 라일라 멘디에타, 한웬 장, (쉬는 시간 후) 이소요, 조영주 작가,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해시태그 참여 팀인 ‘새로운 질서 그 후…’와 ‘더덕어몽어스’의 발표 순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의 기본적 취지는 레지던시 참여자들간의 ‘캐주얼’한 만남이었고, 그런 점에서 마치 델피나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을 위해 델피나 여사가 주최하는 식사 자리 같은 느낌이라 할 수도 있겠다.

“FAMILY LUNCH: HOME DELIVERY #1
Our tradition of Family Lunch continues, but now freshly delivered to your digital device”
https://www.delfinafoundation.com/platform/family-lunch-home-delivery-no-1

다만, 델피나 여사라는 명확한 후원자/구심점과 더불어 ‘식사’라는 사회적 상황이 덧붙여진 것과는 달리 2021년 여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의 아이스 브레이킹 행사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플라스틱 가림막을 두고 있었으며, 일부 참여자는 온라인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같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서로에 대한 작업에 대한 호기심만은 그 어느 곳에 비할 수 없었을 거라고 본다.

작가와 연구자 팀들의 개별적 발표 내용을 이 포스팅에 일일이 쓰는 것은 적절치 않을테지만, 작가의 작업이 전개되는 양상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들어보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조영주 작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작업을 전개해왔는지 찬찬히 들어보는 것 (물론 듣는 동시에 통역을 해야 했지만), 이소요 작가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어디에서부터 기원한 것인지에 대해 들을 수 있어 통역자로서만이 아니라 큐레이터 혹은 그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한 자리였다.

한편, 통역자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10여 명 가량의 발표자/청중이 모여 있는 공간 1, 연구자 팀들이 줌으로 접속 중인 공간 2 & 3, 서울을 벗어난 작가가 있는 공간 4를 영상 회의로 연결한 상황에서 (예술 관련 통역이 거의 항상 그렇듯) 매우 심도 있는 내용이 사전 준비된 스크립트 없이 처음부터 훅 치고 들어오는 상황은, 쉽지 않았다. 통역 초반부터 도나 해러웨이와 트린 T 민하의 인용이 난무하였기에…

그러나 언제나처럼, 예술과 관련한 (때로는 글줄같은) 구어를 옮기는 건 즐거웠다. 그것이 영어라는 일종의 국제어를 경유하지만 또 다른 세계에서 유래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 포스팅 작성에 소요된 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