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달리기, 120초의 호흡

마지막으로 올린 명상과 달리기 노트(링크) 날짜는 정확히 한 달 전인 4월 5일이었다.

숙소에서의 명상

그 사이 3주 가량 이탈리아 출장-여행을 왔고, 오늘(5월 5일)은 일정의 거의 마지막. 새벽에 일어나려 알람을 맞춰둔 터라, 파트너와 아기가 자고 있는 침실이 아닌 거실 소파에서 푹 자고 일어나 10분 가량 명상을 해보았다.

타임랩스: 밀라노 숙소에서의 명상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명상을 해 보았고, 짧든 길든 명상을 할 때면 체온이 오른다는 걸 오늘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재미있는 건, 천장 높이가 4미터에 달하는 밀라노의 에어비앤비 거실 한 켠에 쿠션을 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보니 왠지 모르게 명상이 더 잘 되는 것만 같았다. 이건 공간의 영향일까.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머릿속이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한 달 간의 경과와 다음을 위한 계획

지난 한 달, 달리기는 여적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향 설정은 완료했는데,

  • 걷기부터 다시 시작한다.
  • 그러나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회복이 먼저다.
  • 이를 위해,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를 출발점으로 삼기로 했다. 자이로키네시스를 시작할지 필라테스를 다시할지는 아직 미정. 이 출발점 이후엔 ‘매일 달리기’ 대신 ‘유연성-근력-달리기’로 구성된 사이클을 무한히 반복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 근력운동
  • 필라테스 혹은 자이로키네시스
  • 달리기
  • 휴식

이런 사이클로 구성된 1~2주 단위의 생활을 이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아마 매일 무턱대고 뛰기만 했던 1,300일 가량의 시간보다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이 역시도 일단 체계가 잡히면 숨쉬듯 되지 않을까 싶기도. 주변 사람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배우면서 해나가야만 하리라 생각된다. 8주 과정으로 자이로키네시스 입문 코스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잡아보았다.

달리기 없는 시간

거의 네 달 가량 달리기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몸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조금씩 인지하게 된다. 체력이라는 게 ‘쌓을’ 수 있는 거라면, 그간 쌓아두었던 체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겪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아픔을 느낀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러다 자주 듣는 한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접하게 되었다.

“30대에는 자기가 불사의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40대, 50대가 되면 자신이 불사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모든 것을 다 하죠. 운동이든 뭐든지요.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일어나게 되고, 우리는 자신의 유한성과 마주하게 됩니다.” – Hidden Brain 팟캐스트 에피소드 (링크)

이제 그야말로 ‘노화속도’를 체감하는 때가 온 건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 (어느 연말) 홍익대학교 앞 ‘곱창전골’이라는 LP바에서 존경하는 (글쓰기) 작가님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영어로 해준 말인데, 기억나는데로 한국어로 옮겨보면:

“40살이 되잖아요? 그러면 살면서 그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인생의 고통’을 느끼게 돼요. 이건 그 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고통이예요.”

120초의 호흡

그래서, 달리기 없는 이 시간을 나는 어떻게 버텨내고 있나? ‘각 잡고’ 운동을 할 틈이 없이 느껴지지만, 되도록 많이 걷기도 했고 (그러나 이건 ‘운동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니 스스로는 ‘재활’로 세지 않는다), 이탈리아 출장-여행을 와선 쉴 새 없이 전시를 보러 돌아다니기도, 그리고 중간중간 도시를 옮길 땐 14킬로그램 가량의 가방을 매고서 23킬로그램을 꽉 채운 여행용 캐리어 둘을 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꾸준한 건 약 2분, 그러니까 120초 길이로 눈을 감고서 호흡을 해보는 일이다. 왜 120초인가? 매일 할 수 밖에 없는 샤워의 마지막 단계에서 머리에 린스를 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에 린스를 바르고 멀뚱멀뚱 서 있을 바에, 눈을 감고서 가만히 호흡을 해보는 것이다.

120초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 것 같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눈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몸을 타고 내려가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느끼거나, 서서히 식어가는 샤워부스 안의 공기, 습도를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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