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광주비엔날레 관람 / A Visit to Gwangju Biennale – Day 1-1

* Quick notes before forgetting things

* Photo documentation of the 12th Gwangju Biennale, visited during the first week of October 2018 with nine mostly non-arts colleagues. The entire post is in Korean, but most images do not require explanation.

* 망각하기 전 빠른 메모

2018년 10월 첫 주, 대부분 미술 종사자가 아닌 9명의 동료와 함께 방문한 광주 비엔날레 기록. 우선 사진 위주로 몇 개의 포스팅으로 나눠 업데이트하고, 중간중간 단상을 써볼까 해요. 기록의 눈높이는 광주 비엔날레를 들른 동료들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려 함.

개천절 연휴 하루 전 날 오전 8시 20분에 용산역에서 모여 출발.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기차는 주로 용산역에서 출발하지만 서울역 출발도 있음. KTX 호남선의 선로가 개선되면서, 광주로 가는 시간도 단축. 이날은 광주 송정역까지 1시간 50분에 걸려 이동.

매우 큰 비용을 쓰는 (그러나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는) 광주 비엔날레의 거대한 홍보 예산은 이렇게 쓰인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로 공공장소에서의 노출을 위해. 심지어 서울 지하철에서도 마주치는 광주 비엔날레 홍보물. 한편, 생각해보면, 이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 샤르자 비엔날레를 갔을 때도, 휘트니 비엔날레를 갔을 때도, 베를린 비엔날레를 갔을 때도 이런 규모, 이런 ‘톤 앤 매너'(말하자면 연예인 홍보대사)를 통해 현대미술 전시를 홍보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표면 현상에는 이면의 또 다른 실무/행정적 이유가 있게 마련. 거기에 대해 여기에서 자세히 다룰 바는 아니지만.) 다음에 카셀 도쿠멘타 같은 행사에 들르면, 꼭 확인해보아야 하겠어요. (예를 들어, “하노버의 지방 신문에, 카셀 도쿠멘타 광고가 실리기도 하니? 유명 배우가 베니스 비엔날레 홍보대사로 – 적어도 이탈리아 국내 매체에서는 – 활동을 하고 있어?”)

광주비엔날레에, 오프닝 주간이 아닐 때 들르는 건 참 오랜만이고 (아마도 8년 만), 미술 일을 하지 않는 동료들과 들르는 건 처음. 앞선 몇 년 동안의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주간을 기억해보면, 2014년에는 당시 재직 중이던 일민미술관 앞에서 어버이 연합 회원들에게 린치를 당한 뒤 약간의 도피성 여행으로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행. 광주에 온 김에 미술관에 제안하기 위한 2017-18년 전시를 위한 작가 미팅. 2016년에는 기획한 프로젝트 (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오프닝을 약 한 달 가량 앞두고, 예술감독 & 동료 큐레이터와 ‘어쨌든’ 방문. 국제 미술계에 전설처럼 남아 있는 ‘뚜껑 열리는 거대 나이트클럽’에서의 애프터 파티가 없었던 그 해,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후원한 애프터 파티의 플로어는 주로 1세계에서 온 비-아시안 작가와 큐레이터가 점령. 한국계 미국인이었던 또 다른 동료의 요청으로 (‘이봐, 여긴 한국이야. 저 애들이 이렇게 플로어를 점령하게 두어서야 되겠어? 아시아나의 파워를 보여주자구!’), 뜻하지 않게 댄싱 머신. (대만에서 온 현대미술 동료들은 마치 안무를 미리 맞춘 듯 군무를 선보이며 한국-대만의 훈훈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임.)

광주송정역에 내린 일행을 길 건너에서 맞이한 것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홍보물이 붙은, 공사현장 가림막. 광주송정역 건너편의 재래시장인 송정 시장은 현대카드는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리브랜딩 후 ‘1913송정역시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한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프로젝트. 이번 광주비엔날레 투어 중 여러 사람이 ‘이런 시설이 있는 광주의 시민들은 복 받았다’ 는 이야기를 했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1995년 아시아 최초의 국제적 현대미술 비엔날레로 시작된 광주 비엔날레는 광주를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덕분인지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우리를 마주한 것은 광주시 차원에서 제작된 듯한 홍보물. 하지만 ‘토요일은 광주가 좋아’라는 슬로건과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인력거 이미지와 함께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제목을 보는 건 왠지, 어딘가 어색한 기분? (이럴 때마다 스스로 ‘미술계 고인물’이라는 단어를 상기하며 좀 더 유연해보고자 노력 중입니다.)

숙소인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에 마주친 ‘신광약품물류센타’. 꽤 멋진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광주에는 아직 이런 건물들이 꽤 많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이번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 광주 시민회관 역시 이런 –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 것도 아닌 조금은 잊혀진 건물의 느낌이 있었어요. (이것은 아마 후속 포스팅에서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을 것.)

1박 2일의 짧은 일정을 통해 (1)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관 (광주시 북부에 있음) (2)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 구도심) (3) 세 곳의 ‘파빌리온’ 전시 (4) 이번 전시 이후 다시 비공개 상태로 바뀔 구 국군광주병원에서 (a) 두 작가의 작품에 대한 투어 (b)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작가의 작품 감상 (매일 오후 5, 7시 2회만 관람 가능) 이 모든 걸 다 하려고 했기에, 일정은 무조건 전시장의 위치를 기준으로 짰습니다.

이틀간 보려 했던 전시와 작품의 양을 따져보면, 우선 광주비엔날레는 큐레이터 11명이 기획한 7개의 전시에 42개국 작가 163명이 참여. 이외에도 4명/팀의 큐레이터가 기획한 3개의 ‘파빌리온’ 전시에 각 10여 명의 작가가 참여. 그러니 이틀 동안 거의 2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만든 모종의 결과물에 둘러싸여, 물에 빠져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처럼 열심히 관람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성공했는지? 또한 아마도 후속 포스팅에서.) 이틀간 약 12~14시간 가량 전시를 관람한 셈.

우선 첫 번째 포스팅(Day 1-1)은 여기까지.

아직 전시 관람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지만, 10월 3일 개천절 휴일을 끼고 1박 2일간 진행한 광주비엔날레 전시 관람 순서와 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광주비엔날 관람을 계획 중이라면, 아래 일정을 참고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공유.

첫째 날 (4명이 함께 관람)

  • 오전 8시 용산역 집결, 10시 30분 경 광주송정역 도착
  • 숙소 체크인 & 간단히 점심 식사
  • 전시 관람 – 이강하미술관 (‘필리핀 컨템포러리 아트 네트워크(PCAN)’이 기획한 파빌리온 프로젝트 ‘핫 하우스’)
  • 도보 이동 후 전시 관람 – 광주시민회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국립아시아문화원(ACI)’이 함께 기획한 파빌리온 프로젝트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
  • 도보 이동 후 전시 관람 – 네이버스퀘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열린 네이버 ‘헬로 아티스트’ 쇼케이스 전시 ‘가공할 헛소리’)
  • 도보 이동 후 전시 관람 –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비엔날레 본전시 데이비드 테 기록 섹션 참여 작가인 톰 니콜슨이 로비에 배치한 인쇄물 및 기록관 관람)
  • 택시로 이동 후 전시 관람 –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클라라 킴, 그리티아 가위웡, 크리스틴 Y. 김 & 리타 곤잘레스, 데이비드 테 기획 섹션)
  • 택시로 이동 후 전시 관람 (30분 간의 가이드 투어) – 구 국군광주병원 (GB 커미션 – 마이크 데이비스, 카데르 아티아)
  • 간단히 저녁 식사 (전시장소 지킴이 분이 인근 맛집을 알려주심)
  • 도보 이동 후 전시 관람 (40분 간의 가이드 투어) – 구 국군광주병원 (GB 커미션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오후 8시경 전시 관람 일정 종료

둘째 날 (10명이 함께 관람)

  • 오전 10시 30분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후발대를 포함해 집결 (총 10인)
  • ACC 라이브러리 파크 관람 (상설전 및 기획전)
  • 전시 관람 – ACC 문화창조원 (광주비엔날레 – 정연심 & 이완 쿤, 김만석 & 백종옥 & 김성우, 문범강 기획 섹션)
  • 간단히 점심 식사
  • 택시로 이동 후 전시 관람 –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클라라 킴, 그리티아 가위웡, 크리스틴 Y. 김 & 리타 곤잘레스, 데이비드 테 기획 섹션)
  • 택시로 이동 후 전시 관람 (예상치 못한 휴관으로 관람 실패) – 무각사 (‘헬싱키 국제 아티스트 프로그램(HIAP)의 큐레이터 옌니 누르멘니에니가 기획한 파빌리온 프로젝트 ‘허구의 마찰’)
  • 광주에 왔으니, 거한 저녁 식사
  • 후발대 – 택시로 이동 후 전시 관람 – 구 국군광주병원 (GB 커미션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오후 8시경 전시 관람 일정 종료 및 서울 귀경길 출발

One response to “2018년 10월 광주비엔날레 관람 / A Visit to Gwangju Biennale – Day 1-1”

  1. 박예원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 제가 최근에 봤던 전시 중 가장 즐겁고 알차게 봤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비엔날레를 꼭 가고 싶어요 (휴가를 내서라도)